728x90
SMALL
삼성이 구글의 1/100
대한민국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거나 가져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몇 년 전 삼성이 구글의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비교해 자사의 소프트웨어 인력에 대해 평가한 기사를 보고 만감이 교차했을 것입니다. 당시 삼성전자는 사내 방송에서 특별기획 '삼성 소프트웨어 경쟁력 백서 1부 : 불편한 진실'을 방영했습니다. 여기서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역량은 구글의 1/100에 불과하다."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중 구글에 입사할 수 있는 사람은 1~2%에 불과하다."라고 이야기한 것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스마트폰 전성시대가 오고 삼성의 안드로이드폰이 세계 시장에서 질주할 때, 많은 이들이 결국 삼성은 소프트웨어의 경쟁력 문제로 언젠가 한계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잘 나가는 몇 년간 소프트웨어는 늘 하드웨어에 밀려 뒷전이었습니다. 언론에서도 신모델이 나올 때마다 새로운 하드웨어의 스펙에 대한 설명만 장황하게 늘어놓았을 뿐 소프트웨어는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일까?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을 재고하는 것은 하드웨어 분야보다 훨씬 힘듭니다. 인공지능, 모바일,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로봇, 공유경제 등 최근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화두가 되는 기술과 사상의 중심에는 공통적으로 소프트웨어가 있습니다. 하드웨어가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이 핵심이 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미 IT 분야의 하드웨어는 중국을 중심으로 제3세계와의 격차가 점차 좁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의 기업이 보여주듯 자체 하드웨어 생산공장이 없어도 세계 IT 시장을 주도하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한번 우위를 점한 기업을 경쟁사가 따라잡는 것은 하드웨어 기술을 따라가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어렵습니다. 삼성이 이런 면에서 한계를 느끼고, 자사의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한 것은 늦었지만 올바른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지적에 대한 원인 분석과 향후 대책입니다. 아마도 삼성은 자사의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이 부족한 이유를 개발자 개개인의 역량에서 찾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된 기사를 살펴보면 삼성은 "지금 당장의 문제 해결 평가방식으로 구글 입사를 시도한다면 개발자의 1~2%만 제외하고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 말의 행간을 헤아려보면 삼성의 개발자 개개인이 구글에 입사하려고 시도할 경우 100명 중 1~2명만 입사할 실력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개발자의 실력이 전반적으로 뒤처진다는 뜻입니다. 고로 삼성의 경영진은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이 뒤떨어지는 것은 능력이 부족한 개발자들 탓이다.'라고 결론을 지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요즘 삼성에서는 미국의 실리콘밸리 출신 개발자들을 아주 높은 연봉을 주고 모셔오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즉 개발자를 바꿔서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물론 이 방안으로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을 제고할 수 있습니다. 구글이나 애플의 핵심 개발자 및 실리콘밸리의 유능한 개발자들을 많이 확보할 수 있다면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은 높아질 것입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는 임시적인 처방이지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에 메시와 호날두, 루니 등 쟁쟁한 선수들 몇몇을 영입하고도 감독과 축구협회를 그대로 둔다면 세계 일류 축구팀을 만들 수 있을까? 우리는 이미 2002년 월드컵에서 선수 대신 축구 감독을 바꾸고 축구협회가 간섭하지 못하게 했을 때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경험했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 강화는 스타 개발자의 영입만으로 성공할 수 있습니다. 기업의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이 축구팀의 역량과 물론 같지는 않습니다. 이쯤에서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집니다.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이 뒤떨어진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문제제기까지는 좋았습니다. 그러나 그 후에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인력 구조조정이나 조직 통폐합 등을 들고 나온다면, 처음부터 문제 제기의 이유가 다른 데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미래를 위해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을 확보하고 경쟁력을 갖추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이번 문제 제기를 국내 소프트웨어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발판으로 삼아야 합니다. 이를 통해 삼성은 물론 다른 기업에서도 올바른 방향으로 근본적인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장기적으로 실행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다행히 삼성을 비롯한 국내 IT 기업에서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인력 양성은 오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이러한 노력이 단기간에 그치지 않고 지속되기를 기대해봅니다.
구글 입사 시험문제 : 구글이 자사의 직원을 채용할 때 출제하는 문제들은 매우 독특하다고 합니다. '스쿨버스 1대에는 얼마나 많은 골프공이 들어갈까?' '시애틀에 있는 모든 건물의 유리창을 닦아주면 얼마를 받아야 하나?' '사람들이 오직 아들만 원하는 나라에서는 모든 가족들이 아들을 낳을 때까지 계속 아이를 낳는다. 만일 그들이 딸을 낳는다면 그들은 또 다른 아이를 가지게 되고 아들을 낳는다면 더 이상 아이를 갖지 않는다. 이 나라에서 아들과 딸이 성비는? '전 세계에는 얼마나 많은 피아노 조율사가 있나?(시카고에는 얼마나 많은 피아노 조율사가 있나?)' '샌프란시스코 재난 대피 계획을 설계하라.'
'왜 맨홀 뚜껑은 둥근가?' 둥이 그예입니다.
진짜 독특한 문제를 많이 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정말이지 굉장히 독특하다고 생각합니다.
728x90
LIST
'IT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종의 다양성과 경쟁력 (0) | 2021.12.22 |
---|---|
B2B IT의 몰락, 새로운 기회는 어떻게 올것인가? (0) | 2021.12.15 |
IT-패키지 소프트웨어 산업이 정답일까? (0) | 2021.12.09 |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도입 (1) | 2021.12.08 |
IT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인공지능 클라우드 (0) | 2021.1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