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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자본' 과 IT
몇 년 전 딱딱하고 재미없는 경제학 서적이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경제대학 교수인 토마 피케티가 쓴 [21세기 자본] 입니다. 이 책은 20세기 이후 세계 주요 국가들의 부의 분배와 불균형, 부의 소수 집중에 따른 양극화에 대해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논리를 전개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부의 양극화가 시간이 갈수록 더 심화되고 있다는 이책의 주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었습니다. 여러 신문기사에서 지적했듯 대한민국에서도 부의 양극화는 시간이 갈수록 더 심화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양극화를 IT 영역에서 살펴보면 어떠한 상황인가?
부의 양극화처럼 IT 분야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두두러집니다. 엔지니어 생활을 하던 1990년대에는 탠덤이라는 서버회사가 있었습니다. 당시는 하드웨어가 안정적이지 못해 운영 중 하드웨어 장애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던 시절이였다고 합니다. 탠덤에서는 모든 하드웨어 구성을 완전히 이중화한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무정지 시스템' 이라는 말을 사용할 만큼 기술에 자신이 있었던 회사였습니다. 그 외에도 DEC, 피라미드, 왕 등 여러 서버 회사들이 다양한 시스템을 출시하고 있었습니다. 기업에서 IT 시스템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신규 서버 시스템을 도입해야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최근에는 기업에서 도입을 검토해볼 만한 중대형 서버 시스템을 공급할 수 있는 회사는 한 손으로 꼽고도 손가락이 남습니다. 예전의 수많은 서버 기업들이 인수합병 또는 폐업으로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소프트웨어 부분은 어떤가? 1990년대에는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도 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었습ㄴ다. 데이터 베이스, 미들웨어, 개발도구 및 데이터분석 등 각 분야마다 여러기업들이 솔루션을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IT 시장이 침체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10여 년이 지나면서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기업에 인수합병되면서 사라졌습니다. 이제 소프트웨어 분야의 기업들도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그 수가 줄어들었습니다.
이렇게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수가 줄어들면서 소수기업에 수요가 집중되고 있는 원인은 우선 전반적으로 IT 시장이 침체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최근 몇 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한 모바일 분야르 살펴봐도 최근 벌어지고 있는 양극화 현상은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블랙베리나 모토로라, 그리고 한때 스마트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HTC 등의 기업들이 몰락하는 것을 보면 양극화 현상의 원인이 단지 침체된 시장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즉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다양한 단말기 제조 회사가 각축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단말기 제조사가 대부분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침체되지 않는 분야에서도 왜 이런 소수 기업 집중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소위 승자독식이라는 논리가 IT 분야의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경제학에서는 양극화가 벌어지는 이유를 자본의 수익률의 노동의 수익률보다 크기 때문에 자본을 자진 계층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부가 많이 축적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설명합니다. 마찬가지로 IT 분야에서도 시장에서 1위를 하는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가 몰려서 1위 기업은 점점 더 성장하고 그 외의 기업들은 몰락해 결국 1위 기업에 인수합병되거나 도산합니다. 스마트폰 운영체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삼성의 스마트폰의 우위를 차지하는 것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보도된 소프트웨어의 특허권 강화 정책은 안 그래도 소수에 집중되고 있는 소프트웨어 시장을 더욱더 소수에 집중되게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허권이 강화되면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거대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특허 공세에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생존하기 힘들것입니다. 또한 창의력을 핵심으로 하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소수 집중화에 대응하기 위한 윩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오픈소스 소프트웽의 발전에도 특허권 강화 정책이 장애가 될 수 있습니다. 부의 양극화와 마찬가지로 IT분야의 양극화도 부정적인 측면이 많습니다. 이러한 승자독식에 따른 양극화는 궁극적으로 IT 소비자에게 결코 유리할 것이 없습니다. 당장 기업에서 서버 솔루션을 도입하고자 할 때 검토할 만한 솔루션이 몇가지나 되는가? 선택의 폭이 좁다 보니 사용자 입자에서는 다양한 선택을 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은 하드웨어 분야보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기업들이 매년 지속적으로 연간 라이선스 유지 비용을 적지 않은 폭으로 인상하고 있지만, 소비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느니 점점 높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것도 그런 문제점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단수한 협상 대안 및 운영 비용 차원에서의 문제만이 아니라 향후 모든 기업들이 소수의 IT 벤더들에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심화된다는 것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하드웨어와 달리 소프트웨어는 일단 사용하고 있는 소프트웨어에서 다른 것으로 변경하기가 어렵습니다. 대표적인 사레로 PC 운영체제와 오피스 프로그램을 생각해봅시다. 기업에서 핵심 정보시스템으로 사용하고 있는 ERP 소프트웨어의 경우에는 이제 거의 2개의 기업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이러한 의존성은 더욱더 깊어질 것입니다. ERP의 경우 2019년 기준으로 거의 한기업의 독점체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IT 분야의 이러한 양극화를 인지하고 있지만 추세를 변화시킬 효과적인 대안이 없다는 점입니다. 피케티 교수는 경제 분야의 양극화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전 세계적인 부유세이 신설과 고소득층에 대한 높은 세금부과를 주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습니다. 마찬가지로 IT 분야의 양극화 역시 해결책이 아에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소수의 IT 벤더들에 의해 모든 기업의 운영이 좌우되는 상황에서 기업은 과연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당장 부의 집중에 따른 양극화의 문제점을 피부로 실감하지 못하는 것처럼 IT 분야의 소수 집중 및 양극화에 대한 문제점을 체감하긴 어렵습니다. 그렇다해도 IT 양극화를 경계하고 극복하기 위한 대책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당장은 비용 대 효과 측면, 편의 측면에서 불리할지 몰라도 소수 집중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을 찾아 실행하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IT 소비자 전체의 고민이 필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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